생명의 주기성
원시인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변화 속에 반복성이 숨어 있다는 사실에 매료됐을 것이다. 그들은 기온 변화, 해가 뜨고 지는 때와 장소의 변화, 달의 위상 변화, 식물의 성장, 동물 행동의 주기적 변화 등을 시간의 흐름에 대한 증거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세상에는 이러한 변화를 주재하는 신들이나 신령한 능력의 소유자들이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수천 년 전쯤 우리는 최초의 천문학자들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중동 지역에서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계절 변화의 증후를 찾기 위해 밤하늘을 관측했다. 고대 이집트 인들은 파종과 수확의 시기를 천문관측에 의존해 결정했다. 그들은 태양이 뜨기 직전에 천랑성(시리우스)이 동쪽 하늘로 올라오면 나일강이 범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변화의 시간 간격을 재고 하늘의 주기성을 기록하는 능력이야말로 천문학 발달에 결정적인 요소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달력, 해시계, 물시계 등을 개발한 문명이 지구상에 여럿 있었다. 피라미드나 거대 석조물들은 천문대의 효시였다. 벌써 기원전 1000년경에는 1년의 길이가 360일쯤이라는 사실을 인도와 바빌로니아의 천문학자들은 알고 있었다. 여기에서 원주를 360개의 작은 눈금들로 나눌 줄도 알게 됐다. 즉 한 눈금이 하루였다. 그 후에 고대 이집트 인들이 1년의 길이가 365.25일임을 좀 더 정확하게 알아냈다.
하늘 지도 만들기
하늘의 지도를 만들고 별들의 이름을 붙이는 일은 지금도 천문학의 주요 관심사다. 고대 이집트 인들은 이미 기원전 3500년경에 황도대 전체를 오늘날 우리가 그대로 쓰고 있는 12개의 별자리로 나누었으며, 황도대 밖의 별들도 그들 나름의 별자리에 엮어 놓았다. 중국과 인도에는 28수의 별자리, 즉 28개 야숙을 정해 지구의 달이 한 달 동안에 움직이는 경로를 추적해 기록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150~100년경에 밝은 별들만 1,000개 남짓 골라서 목록을 만들었다. 이것이 역사상 최초의 천문 목록일 것이다. 인도와 중동에서는 이보다 훨씬 전에 천문 관측하고 그 결과를 기록으로 자세히 남겼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에 번성했던 수메르와 바빌로니아에서는 이미 기원전 3000~1000년에 관측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해 종교적 의식과 정치적 목적에 활용했다.
사방 점과 항해술
고대 천문학자들이 알아낸 가장 중요한 발견 중에 동서남북 사방 점 찾기와 북극성을 이용한 위도의 측정 방법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식이 없었다면 신전이나 무덤과 같은 건축물들의 방향을 정확히 맞출 수 없었을 것이다. 방향은 정확한 지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이기도 하다. 기원전 3000~2000년경 북서 유럽에서 살던 석기 시대인들은 태양 방향이 지점이나 분점과 일치하는 시기, 달의 위상, 그리고 다양한 천문학적 정보를 거대한 석주들을 원형으로 배치하는 데 활용할 줄 알았다. 현재 영국에 남아 있는 스톤헨지, 애버베리의 석주들과 아이랜드의 뉴그레인지 석조 묘실 등이 좋은 예이다. 이뿐만 아니다. 인도의 몇몇 고고 유적지들에서 3,000년 전 희생 의식에 사용되던 힌두 제단들이 천문학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천문학 원리에 맞춰서 설계된 가장 복잡한 건물 중에는 물론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있고, 이보다 좀 후세의 작품으로는 마야와 아스텍 문명의 유적들이 있다. 이런 거대 구조물들을 자세히 보면 설계 원리에 천문학적 지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이 항해에 응용된 증거를 고대 유적에서 찾아볼 수 없다. 다만 폴리네시아 사람들이 기원전 1000년경부터 별들의 천구상 위치 정보를 태평양 횡단에 활용한 듯하다.
하늘의 떠돌이, 행성들
해와 달, 그리고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다섯 행성들은 아주 묘한 경로를 그리며 천구 위를 움직인다. 인류의 원초적인 믿음 체계의 기저에는 이들의 운동에 대한 지식이 알게 모르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바빌로니아인들은 행성들이 하늘의 신이라고 믿었다. 바빌로니아의 신들은 후대에 그리스와 로마의 신들이 됐다. 이집트에서는 최고신으로 태양신 라를 숭배했다 매일 밤 라는 하늘의 여신 누트에게 잡아먹힌다. 수메르인들은 저녁이 되면 태양은 마력을 가진 뱃사람에게 잡혀서 밤새도록 옮겨졌다가 새벽녘이면 동쪽에서 풀려난다고 했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밤과 낮의 주기적 변화를 설명하려고 했다. 인류는 행성의 천구상 이동을 설명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해 천문학적 사실들을 수없이 많이 발견해 냈다. 하지만 중력 이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이것을 일관되게 설명하지는 못했다.
점성술의 태동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행성을 비롯한 여러 천체들이 지구 생명, 특히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에서 인간의 운명을 미리 알아내려는 점성술이 태어났다. 오늘날은 점성술을 미신으로 치부하지만, 점성술은 나름대로 인류 문화에 대단한 공헌을 했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당시의 점성술사들은 하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정리하기 시작했다. 즉 태양과 달과 행성들의 행동거지를 연구한 것이다. 그들은 또 일식, 혜성의 출현, 유성우, 그리고 새로운 별들의 출현 같은 현상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됐다. 권력자들은 전문적인 점성술사를 고용해 하늘을 감사하게 했다. 점성술사들은 17세기까지 대중으로부터 높은 존경을 받았으며 그들의 활동은 전적으로 지적인 것으로 간주했다. 이 초기 천문학자들은 점성술에 관한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예를 들어 140년에 프톨레마이오스가 쓴 점성술 4부작 는 여러 세기를 풍미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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